일전 주말 저녁에 거의 17~8년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알게된 옛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이름하여 PC통신 띠동호회 친구들이다.

지금이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통신 수단이 발달되어 그 시절을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 많겠지만, 케텔, 하이텔, 천리안 그리고 좀 나중에 출현한 나우누리, 유니텔 등등, 다이얼업 모뎀을 통해 접속하여 파란화면을 배경으로 게시판에서 글을 주고 받거나 밤샘 채팅으로 날새는줄 모르던 옛친구들이다.

그때 그 친구들이 이제는 중년의 아짐과 아저씨들이 되고 희끗해진 머리카락 만큼이나 살아온 년륜들이 쌓여 마음도 몸도 넉넉해짐을 느낀다.
재미 있는것은 어언 18여년을 알고 지내면서도 각자의 본명을 아직도 다 모른다는 것이다.
오로지 그 옛날의 통신상 닉네임만이 존재하는 그런 친구들, 어쩌다 아래 사진처럼 모임자리에서 OO님이라고 불리고 부르며 한잔술에 목소리가 커질라치면 생소한듯 힐끔거리며 돌아다 보는
옆자리에 낮모르는 젊은 사람들의 눈길들을 느낄 수 있다.
시쳇말로 저렇게 나이든 사람들도 OO님 이라는 온라인 용어를 쓰나싶은 .... 당췌 어울릴것 같지 않은 아짐과 아저씨들 뭐 그런 뜻의 눈빛이 아닐까 싶다.

족발과 파전에 동동주 한사발, 그리고 이야기 꽃이 피는 수다마을.

오가는 이야기와 입안에 착착 감기는 시원한 동동주 ( 요즘 한국은 막걸이 열풍이다 )

옛날 옛적 PC통신 게시판, 그때의 친구들, 그 동안 살아온 이야기 등등 이어지는 추억 덩어리들

막걸리잔을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 끝에 한친구의 느리게 걷는 트래킹 이야기가 화제가 되어, 당일에도 마침 모임 자리를 마치면 다른 야간 트래킹 행사에 참가를 한단다.
얼큰한 취기에 옛날 군대적 행군을 떠올리며 트래킹에 따라나서 보기로 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입고나온 옷 그대로 신고나온 신발 그대로 짊어진 가방 그대로 따라 나서기로 했다.

술자리를 떠나 트랙킹 팀들과 합류하기 위해 출발하기 직전 음식점문을 나서며 (갑장 친구들) .... 초상권 보호를 위해 촛점이 맞지 않은 사진으로 은근 슬쩍 대체 .... ㅋㅋㅋ

트래킹 출발지점에서 준비 ...... 오늘 우리의 트래킹 코스는 한양대학교앞 다리밑에서 출발하여 동부간선도로 자전거 도로와 조깅길을 따라 쌍문 전철역까지 가는 18Km 거리를 약4시간에 걸쳐서 걷는 길이다.

드디어 트래킹 팀들의 중간 기착지에서 야식을 준비하는 지원조를 한양대학교앞 다리밑에서 만났다. 원래 트래킹 모임의 출발지는 이곳이 아니고 초저녁에 벌써 다른 곳에서 출발하여 이곳을 중간 기착지로 정한 곳이란다. 우리는 중간 기착지에서 합류를하게 된셈이다.
트래킹 모임을 주관하는 팀에서 다리밑 중간 기착지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고 저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초저녁에 출발한 멤버들의 행렬이 나타나게 될것이다.
(이때가 밤 12시경)

이곳에서 야식을 마치면 저 앞에 보이는 길을따라 새벽을 맞이하기 위해 출발하게 될것이다.

트래킹 멤버들이 중간 기착지에 도착하여 야식을 먹고 있다. (이날에 메뉴는 미역국과 공기밥, 막걸리 등등...) 전체 회원이 약 2천명 정도라는데 이날 참가자는 약 100여명에 가까운 남녀노소 구분없이 다양한 연령층들이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중간 기착지에서 합류한 관계로 회비도 안내고 덤으로 막걸리에 미역국 한사발 얻어 먹었다.

취중에 똑딱이 카메라를 들긴 했는데 야간이라 더더욱 촛점이 안맞았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그림이 만들어졌다.

이 또한 무엇을 찍으려 했었는지 기억이 없지만, 아무튼 재미있는 그림이다.

걸어가며 흔들리며 한컷, 중랑천변을 걷다가 아파트쪽을 향하여.....

수삼년을 천천히 걷는 트래킹에 매료되어 수시로 걷고 있는 매니아 왼쪽 아짐과 또 다른 오른쪽 아짐은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채로 18Km를 완주 했다.  아주 독한 아짐이다. ㅎㅎㅎ ( 갑장 친구 아짐들 )

뭔가를 찍으려 했었는데, 또 다른 재미있는 그림

2시간쯤 걸었나 싶은데 어느 지점에 아담한(??) 캠핑카 비스므리한게 서있어서, 야간 분식을 파는 노점인줄 알았다.   그러나....간이 화장실

중랑천변에 예쁘게 피어있는 메밀꽃

10분간 휴식시간이다......걷다가 쉬다가 쉬엄쉬엄 이야기 꽃을 피우며 걷는다.
공기는 약간 서늘하고, 찬 이슬이 내려 앉는 시간 기분은 그런대로 상쾌하다.

약 4시간 30분에 걸쳐서 18Km를 완주하고 목표지점에 도착하여 몸풀기, 이때가 새벽5시 30분 전후쯤, 점차 날이 밝아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주변에는 조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출근하는 사람 등등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많더라.

우리 일행은 트래킹팀이 예약해 놓은 감자탕집에서 허기를 채우고 각자의 근거지 앞으로 ...... 그리고 거의 하루동안 잠속으로.....빠져들다.
아무튼 밤을새워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만들었음에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건강들 하시게나......!

초저녁에 마셨던 막걸리 취기가 밤새 가시지 않아서 ...... 지치는줄 모르고 걸었던 시간이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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