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뒷골목을 돌아 늦은 밤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에 의해 동아방송의 간판이 내려지기 전까지 들을 수 있었던 밤의 귀기울임을.......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이가  있을 지요?

"밤의 플랫폼" 시간대는 정확히 기억이 않나지만.....아마도  10시 50분에서 11시 정각까지 김세원씨의 촉촉이 젖은 듯한 목소리에 실려 울려 퍼지던 명상의 언어들은 어쩌면 따뜻한 인간의  품속 같은 그런 느낌을 주었지 싶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기차의 고동소리 그리고 어느 역의  플랫폼을 연상케 하는 언어들로부터 시작되는 Logo 멘트 그날그날의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많은 위안과 희망을 그리고 젊은이의 가슴 가슴 마다에 아름다운 언어를 심어주던 그 시절 그녀의 목소리를 사랑했기에 지금도 그녀의 목소리에서 그 시절의 추억을 읽는다.

그후 몇 년뒤 밤의 플랫폼에서 김세원씨가 낭송해주던 수필 내용이 동명의 책으로 엮여저 나왔고 그 글을 읽으면서 혹시나  편입된 KBS 어느창고에 당시의 녹음테잎이라도 있다면 복사라도 해줄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였었다.  지금도 그생각은 간절하다.

충무로에는 "필하모니" 종로에는 "르네상스"....가정용  오디오가 귀족들의 신분 과시용으로 취급되던 시절 가난한 서민들의 마음에 안식처를 제공했던 전문 Classic 음악감상실.....어느해 부터인가 가정용 오디오가 흔하게 보급되고 음악 다방들이  자취를 감출 무렵 이 음악 감상실도 적자를 이유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중앙일간지 문화면에 얼마간 아쉬움으로 기사화 되고  이제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이 되어버린 지금 충무로나 종로를 지나칠
때면 그때의 감상적이던 추억이 되살아나곤 한다.

필하모니 옆에는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연극인 추송웅씨가 "빨간 피터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빅히트를 쳤던 연극을 공연하는 소극장도 있었는데 그가 고인이 된후 이 마저도 사라지고 말았는데 옛날을 기억하는 어른들은 말한다.
명동과 충무로가 낭만은 사라지고 상업화만 물밀듯이 들어와  삭막하기 그지없다고......관연 그렇구나 하는 것을 이 나이에  나도 옛날과 비교하여 보자면 서글프기도 하다.

학교 다니던 시절 일주일에 나흘은 강의가 끝나고 필하모니로 출근을 하다 시피 했고 앞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걸려있고 의자  배열과 흐릿한 조명은 영화관의 그것과 꼭같았다. 대부분의 토요일은 짧게는 4시간 길게는 10시간 가까이 Classic음악과 당시에 귀하던 비디오로 틀어주던  오페라, 발레, 음악연주실황  장면들을 듣고 보면서 그 세계의 모든 것을 사랑했었다.

그러다가 실증이 나면 종로로 가서 르네상스의 한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음악을 듣다가 문을 닫을때쯤 쫒겨나다시피 물러 나오던 그런 낭만도 있었는데....지금 그 자리에는 낯모르는 세계로  변해있어 흔적조차도 찾기 어렵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방송인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전문 Classic 음악 감상실이 새로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언제 한번 일삼아서라도 찾아가 보고 싶다.

혼자서 음악을 즐기던 그때 그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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